[SMP 완전정복 시리즈] 제1회 — 전력시장가격(SMP)란 무엇인가?
1. 들어가며
여러분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전기는 도대체 얼마에 만들어진 걸까?"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과,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어 파는 가격은 전혀 다른 별개의 세계입니다. 그 '발전소가 전기를 파는 가격'의 핵심에 바로 SMP(System Marginal Price, 계통한계가격) 가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SMP를 처음 접하는 분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을 운영하거나 에너지 시장에 관심 있는 분까지 모두를 위한 30회 연재입니다. 오늘 1회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 "SMP란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한국은 왜 SMP 제도를 사용하는가?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다.
"발전소마다 생산비용이 다른데 왜 굳이 같은 가격(SMP)을 적용할까?"
그 이유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이나 겨울철 피크시간에는 원전만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결국 LNG 복합발전기와 같은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소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발전소마다 각자의 발전비용만 지급한다면 LNG 발전소는 투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결국 신규 발전소 건설이 위축될 수 있다.
전력시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모든 발전기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SMP라는 단일가격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 덕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해외 전력시장도 SMP를 사용할까?
SMP는 한국만 사용하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 PJM 시장, ERCOT 시장, 영국 전력시장, 일본 전력시장 등 대부분의 경쟁 전력시장은 한계가격(Marginal Pricing)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세부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역별 송전제약을 반영한 LMP(Location Marginal Price)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는 국가 간 전력 거래를 반영한 시장 구조를 운영한다.
한국은 단일 계통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SMP 중심의 정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SMP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 전력시장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세계 전력시장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다.
2. 전기도 시장에서 거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4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전력거래소(KPX, Korea Power Exchange) 가 설립되고 전력시장이 개설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한국전력(한전)이 발전부터 송전, 판매까지 모든 것을 독점했지만, 시장이 열리면서 여러 발전회사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라는 '전력거래 플랫폼'에서 사고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1: 한국 전력시장 구조 변화 요약]
| 구분 | 구조개편 이전 (~2001) | 구조개편 이후 (2001~) |
| 시장 구조 | 한전 독점 체제 | 변동비 반영 시장 (CBP) |
| 역할 | 한전이 발전/송배전/판매 전담 | 전력거래소(KPX) 통하여 거래 |
| 가격 결정 | 정부 승인 가격 | 시장 수요/공급 (SMP) 결정 |
설명: 과거 한전 독점 체제에서 전력거래소 중심의 경쟁 시장으로 변화하며 '시장 가격(SMP)'의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듯, 전력시장에서도 전기의 '도매가격'이 결정됩니다. 이 도매가격이 바로 SMP입니다. 중요한 점은, SMP는 소비자가 내는 소매 전기요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SMP는 발전회사가 전력거래소에 전기를 팔 때 적용되는 B2B(기업간) 도매가격에 해당합니다.
3. SMP의 정의 — '한계비용'의 원리
SMP의 이름에는 힌트가 있습니다. '계통한계가격'에서 핵심 단어는 바로 '한계(Marginal)' 입니다.
전력계통(Power System)은 매 순간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야 합니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가 사용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어딘가의 발전소가 만들어내고 있어야 합니다. 전력거래소는 매 시간, "지금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가동시킬까?"를 결정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원칙이 경제급전(Economic Dispatch) 입니다. 쉽게 말해, "가장 싸게 만드는 발전소부터 먼저 가동시킨다"는 원칙입니다. 원자력이 가장 싸고, 그 다음이 석탄, 그 다음이 LNG(천연가스) 발전소 순서입니다.
[그림 2: 경제급전 순위 및 SMP 결정 원리]

수요가 많아질수록 더 비싼 발전소까지 순서대로 가동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의 수요를 딱 충족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가동된 발전소의 발전비용이 SMP가 됩니다. 경제학 용어로는 이것을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라고 부릅니다. 이 마지막 발전소를 한계발전기(Marginal Generator) 라고 하며,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대에 LNG 복합화력 발전기가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4. 왜 모든 발전소가 같은 SMP를 받을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원자력처럼 훨씬 싸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도, LNG처럼 비싸게 만드는 한계발전기도, 모두 동일한 SMP를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단일가격제(Single Price System) 입니다.
[그림 3: 단일가격제 하에서의 발전원별 정산 구조]
| 발전원 | 발전비용 (예시) | 적용 SMP (예시) | 발전사 수익 (정산금) | 이익 구조 |
| 원자력 | 50원 | 100원 | 100원 | 50원 이익 (많음) |
| 석탄 | 70원 | 100원 | 100원 | 30원 이익 (보통) |
| LNG (한계) | 95원 | 100원 | 100원 | 5원 이익 (적음) |
설명: 모든 발전기는 비용에 상관없이 그 시간대에 결정된 단일 SMP(100원)로 정산받습니다. 비용이 저렴한 발전기일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어 투자를 유인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시간대의 SMP가 100원/kWh라면, 원자력 발전소(실제 발전비용 50원/kWh)도 100원을 받고, LNG 발전소(실제 발전비용 95원/kWh)도 100원을 받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50원의 이익을 남기고, LNG 발전소는 5원의 이익을 남기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발전소 투자 유인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만약 각 발전소가 자신의 비용만큼만 받는다면, 비싼 LNG 발전소는 아예 지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피크 시간대에 LNG 발전소가 없으면 전력 공급이 부족해집니다. 단일가격제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시장 메커니즘입니다.
5. SMP와 우리 생활의 연결고리
[그림 4: 전력시장 도매가격(SMP) vs 소비자 소매가격(전기요금) 흐름도]

위 다이어그램에서 보시다시피, SMP는 발전소와 전력거래소 사이에서 결정되는 도매가격이고,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은 한전이 여러 비용을 더해 별도로 책정하는 소매가격입니다. 그래서 SMP가 크게 올라도 소비자 전기요금이 바로 따라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주제는 28회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6. SMP가 중요한 이유
[그림 5: SMP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 계통도]

SMP는 단순한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을 직접 결정하고, 발전소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등 역할을 합니다. LNG 가격이 오르면 SMP가 오르고,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 SMP는 내려갑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나도,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나도 SMP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개인 태양광 사업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든 전기를 얼마에 팔 수 있는가?"의 답이 바로 SMP와 직결됩니다.
실제 사례 : SMP가 300원을 넘었던 이유
2022년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 전력시장의 SMP는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했고, LNG 발전기의 연료비가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 전력시장은 대부분의 시간대에 LNG 발전기가 한계발전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LNG 가격 상승은 곧 SMP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SMP는 300원/kWh를 넘는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소비자 전기요금은 즉시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 사례는 SMP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과 국가 전력정책을 연결하는 핵심 지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SMP는 누가 결정하나요?
전력거래소(KPX)가 전력 수요와 발전기 입찰 정보를 바탕으로 매 시간 계산합니다.
Q2. SMP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바로 오르나요?
아닙니다. SMP는 도매가격이며, 소비자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별도로 결정됩니다.
Q3.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SMP 영향을 받나요?
받습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전력 판매 수익은 SMP와 REC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
Q4. SMP는 매일 변하나요?
예. SMP는 시간대별로 산정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동합니다.
[다음 회 예고]
2회에서는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 를 살펴봅니다. 전력거래소(KPX), 한국전력(한전), 발전자회사(한수원·남부발전 등), 그리고 민간 발전사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 생태계를 이해해야 SMP의 의미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 SMP 완전정복 시리즈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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