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4회 : 저장 창고가 꽉 찬다 — 사용후핵연료, 2030년의 경고
저장 창고가 꽉 찬다 — 사용후핵연료, 2030년의 경고
지난 회차에서는 3년 만에 재가동한 고리2호기를 중심으로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둘러싼 안전성 논쟁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원전을 계속 돌리든 새로 짓든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원전에서 계속 쌓이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입니다.
오늘은 저장시설 포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포화 시점이 1~2년 앞당겨졌다
2026년 현재 한국은 26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는 세계 5위권의 원전 강국입니다. 그러나 원전 운영과 함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각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여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재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순으로 도래할 전망인데, 이는 2021년 말 전망보다 1~2년 앞당겨진 수치입니다. 저장공간이 실제 한계에 도달하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해당 원전의 운영이 중단될 수 있어, 단순한 폐기물 관리를 넘어 전력정책과 에너지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현안입니다(출처: 세종연구소, 산업통상자원부).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예상 시점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2023 재산정), 세종연구소 재구성

고준위특별법과 한불 협력, 그러나 20~30년의 간극
가장 중요한 국내 대응은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 25일 공포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이 법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에, 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 개시할 것을 목표로 규정하고,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설치와 부지선정 절차를 법제화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지난 2월 제1차 회의를 열었고, 4월에는 국회 추천위원 위촉이 완료돼 9인 체제를 갖췄습니다. 문제는 특별법의 목표 시점(2050~2060년)과 원전 현장의 포화 시점(2030~2032년) 사이에 20~30년의 시간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으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사용후핵연료를 금속 용기에 밀봉해 보관하는 방식)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한편 지난 4월 3일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국영 핵연료기업 오라노(Orano) 간 원전 연료 전주기 협력 MOU가 체결돼 재처리 협력 논의의 물꼬가 트였지만,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리에는 2035년까지 유효한 한미원자력협정상 미국의 사전동의가 선결 조건으로 남아 있습니다(출처: 세종연구소).
| 고준위특별법 목표 | 중간저장 2050년 전, 처분시설 2060년 전 운영 개시 |
| 현장 포화 시점 | 한빛 2030·한울 2031·고리 2032년 |
| 시간 간극 | 약 20~30년, 건식저장 확대 등 브리지 조치 필요 |
출처: 세종연구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재구성

마무리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더 이상 '언젠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2030년대 초반이면 현실로 닥치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고준위특별법의 신속한 이행과 건식저장 확대, 그리고 한불·한미 간 외교적 조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원전 확대 정책의 또 다른 축,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국내 상용화 로드맵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위기와 2030년의 경고」(2026.4.21)
· 산업통상자원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 1~2년 단축」(2023.2.10)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208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