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6회 : "멈출 수 없다"던 원전, 정말 그럴까 — 기저부하 신화와 그 한계
"멈출 수 없다"던 원전, 정말 그럴까 — 기저부하 신화와 그 한계
지난 회차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문제와 한국형 SMR 'i-SMR'의 인허가 진행 상황을 살펴보며 원자력 파트를 짚어왔습니다. 오늘은 원자력 파트를 마무리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전력망에서 원전이 맡아온 '기저부하' 역할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그 역할과 한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한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다"는 인식은 기술이 아니라 운영 전략의 산물
원자력 발전은 오랫동안 '한번 가동하면 출력을 낮추거나 멈추기 어려운 기저부하 전원'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로 원전은 연료 교체 주기가 길고 출력 변경 시 안전 절차가 복잡해, 하루 중 전력 수요 변동에 맞춰 출력을 수시로 조절하는 태양광·풍력이나 LNG 발전과는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 시스템 연구들은 이런 '경직성'이 원자로 기술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그동안 원전을 24시간 100% 출력으로 돌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했던 운영 전략과 제도 설계의 결과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프랑스 등 원전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에서는 이미 원전 출력을 일 단위로 조절하는 '부하추종운전(load-following)'을 상당 부분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원전 대부분이 100% 출력 고정 운영에 맞춰 설계·운영돼 왔기 때문에, 부하추종운전을 확대하려면 설비 개조와 규제 기준 정비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출처: 다음, 「[기후 신호등] 에너지전환 시대, 원전의 출력 조절은 가능할까」).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원 믹스 목표
재생에너지 비중
2030년 20%대 → 2036년 30%
원전
비중 확대 기조
석탄·LNG
점진적 축소, 일부 가스전환
출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기저널 재구성

원전 확대와 유연성 자원 확충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대, 2036년 30% 수준까지 늘리는 동시에 원전 비중도 확대하는 '혼합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는 원전을 재생에너지의 대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기저 전원으로 놓고,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유연성 시장으로 흡수한다는 설계입니다. 정부는 2026년부터 권역 단위 유연성 시장 시범 운영, ESS 중앙계약, 실시간 시장 파일럿 확대를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ESS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 분산 전력망 산업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다시 말해 원전이 앞으로도 기저부하 역할을 계속 맡되, 재생에너지 확대로 늘어나는 변동성은 원전이 아니라 ESS·유연성 자원이 흡수하는 '역할 분담' 구조로 가는 것이 현재 정책 방향입니다. 다만 이 구조가 성립하려면 유연성 자원 확충 속도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며, 그 격차가 벌어질 경우 원전의 출력 조절 참여 여부가 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출처: 전기저널, 한국경제).
| 원전의 강점 | 저탄소·안정적 대용량 발전, 연료비 변동성 낮음 |
| 원전의 한계 | 출력 조절 유연성 낮음, 재생에너지 변동성 흡수 제한적 |
| 보완 축 | ESS 중앙계약, 권역 유연성 시장(2026~ 시범) |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저널 재구성

마무리
원전의 '기저부하'라는 정체성은 기술적 필연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운영 전략이 만든 관행에 가깝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이 역할 분담의 경계는 계속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이것으로 원자력 파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회차부터는 에너지 대전환의 또 다른 축인 천연가스(LNG) 발전이 탈석탄 과도기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다음(카카오), 「[기후 신호등] 에너지전환 시대, 원전의 출력 조절은 가능할까」(2026.2.1)
· 전기저널, 「2026년 전력산업 경영환경 전망」
·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산업통상자원부·기후에너지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