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완전정복 제3회] 왜 원가 45원짜리 전기가 165원에 팔릴까? SMP 산정 원리와 전력시장 구조 완전 해설
들어가며
1회에서 SMP의 개념을, 2회에서 전력시장의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3회에서는 한걸음 더 들어가 SMP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는지를 파헤칩니다. "가장 비싼 발전소의 비용이 SMP가 된다"는 원리는 알겠는데, 그 '비용'은 정확히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고, 발전사들은 어떻게 가격을 제출하며, KPX는 어떤 절차로 SMP를 확정할까요? 이 과정을 이해하면 SMP가 왜 시간대마다 다르고, 왜 계절마다 출렁이는지가 비로소 선명하게 보입니다.
전기요금 165원의 진짜 의미 — SMP와 소매요금은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앞서 예시로 든 165원/kWh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들이 받는 도매가격(SMP)입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내는 전기요금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전기요금 = 전력구입비(SMP 기반) + 송배전비용 + 각종 세금 + 정책비용
즉 SMP는 전기요금의 일부일 뿐이며, 한국전력은 이 전기를 사서 송전·배전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면서 추가 비용이 붙습니다.
또한 중요한 점은, 실제 전기요금은 SMP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의 요금 규제 정책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전력은 SMP가 높아질수록 적자가 확대되는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 정리하면 "SMP는 발전사 가격, 전기요금은 소비자 가격" 입니다.
발전비용의 두 가지 구성 — 고정비와 변동비
전력시장에서 SMP를 이해하려면 먼저 발전비용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발전소의 비용은 크게 **고정비(Fixed Cost)**와 변동비(Variable Cost)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고정비는 발전소를 가동하든 안 하든 무조건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건설비 상환(감가상각), 인건비, 보험료, 고정 유지보수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발전소를 세워두기만 해도 하루에 수천만 원이 나가는 비용입니다.
변동비는 발전소가 실제로 전기를 만들 때만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가장 큰 항목은 당연히 **연료비(Fuel Cost)**입니다. LNG 발전소라면 가스 요금, 석탄 발전소라면 석탄 구매비가 변동비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보조재료비, 변동 유지보수비 등이 소량 포함됩니다.
SMP는 오직 변동비만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고정비는 SMP 산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변동비 기반 정산 원리'의 핵심입니다. 고정비 회수는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이라는 별도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 부분은 추후 회차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변동비의 계산 — 열소비율과 연료 단가
변동비 중 연료비는 아래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연료비(원/kWh) = 열소비율(kcal/kWh) × 연료 단가(원/kcal)
여기서 **열소비율(Heat Rate)**은 전기 1kWh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열량(kcal)입니다. 발전기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효율이 좋습니다. 최신 LNG 복합화력 발전기의 열소비율은 약 1,500~1,700 kcal/kWh 수준이고, 노후 발전기는 2,000 kcal/kWh를 넘기도 합니다.
연료 단가는 해당 발전소가 실제로 구매하는 연료의 가격입니다. KOGAS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발전소는 KOGAS 도매요금을 적용하고, 직도입 발전사는 자체 도입 단가를 적용합니다. 같은 LNG 발전기라도 연료 도입 경로에 따라 변동비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소비율이 1,600 kcal/kWh이고 LNG 단가가 100원/kcal이라면, 연료비는 160원/kWh입니다. 여기에 보조재료비 등을 더한 총 변동비가 이 발전기의 **입찰가격(Bid Price)**이 됩니다.
Merit Order — 줄 세우기의 원리

KPX는 매 시간 전국 모든 발전기의 변동비(입찰가)를 취합해 **Merit Order(경제급전 순서)**를 만듭니다. 가장 싼 발전기부터 차례로 줄을 세우는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가 바로 그 Merit Order 곡선, 일명 **공급곡선(Supply Curve)**입니다.
위 그래프가 바로 Merit Order 공급곡선입니다. 원자력(약 45원/kWh)이 가장 왼쪽에, 석탄(약 70~80원/kWh)이 그다음, LNG 복합화력(약 148~165원/kWh)이 뒤를 잇습니다. 그리고 수요선(붉은 점선)이 교차하는 마지막 발전기, 즉 한계발전기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의 SMP가 됩니다. 이 예시에서는 165원/kWh입니다.
핵심은 원자력(45원/kWh)도, 석탄(75원/kWh)도 모두 165원/kWh를 정산받는다는 것입니다. 원자력은 무려 120원/kWh의 초과 이익을 얻습니다. 이것이 단일가격제의 작동 방식이며, 원자력 발전소가 막대한 이익을 내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SMP 산출의 실제 절차 — KPX의 정산 프로세스
이론을 넘어 실제 KPX의 SMP 산출 절차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수요 예측에서 KPX는 날씨, 요일, 계절, 산업 가동률 등을 종합해 다음 날 시간대별 전력 수요를 예측합니다. 이 예측이 정확할수록 효율적인 급전이 가능합니다.
2단계 입찰 접수에서 전국 발전사들이 자신의 발전기별 **변동비(연료비 + 기타 변동비용)**를 KPX에 제출합니다. 이때 발전사들은 자신의 실제 연료비 이하로 입찰하면 손해이므로, 원칙적으로 실제 변동비 수준에서 입찰합니다.
3단계 Merit Order는 KPX가 제출된 입찰가를 낮은 순서대로 정렬하는 단계입니다. 원전이 맨 앞, 석탄, 그리고 LNG 발전기 순서가 됩니다.
4단계 한계발전기 확정이 핵심입니다. KPX는 Merit Order 순서대로 발전기를 불러들이며 수요를 채워나갑니다. 수요가 딱 충족되는 순간의 마지막 발전기, 즉 **한계발전기(Marginal Generator)**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 SMP로 확정됩니다.
5단계 SMP 공표·정산에서 확정된 SMP는 그 시간에 가동된 모든 발전기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원전이든, 석탄이든, LNG든 가동만 됐다면 동일한 SMP를 정산받습니다.
SMP 변동 원리 — 왜 시간마다 다를까
SMP가 매 시간 달라지는 이유는 수요선의 위치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새벽 3시에는 수요가 적어 석탄 발전기까지만 가동돼도 충분합니다. 이 경우 한계발전기가 석탄 발전기가 되므로 SMP가 70~80원/kWh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반대로 여름 오후 3시 폭염 피크 때는 LNG 발전기는 물론 비효율적인 오일발전기까지 가동돼야 하므로 SMP가 200원/kWh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계절로 보면 여름(냉방 수요 급증)과 겨울(난방 수요 급증)에 SMP가 높아지고, 봄·가을에 낮아지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또한 LNG 가격 자체가 오르면 LNG 발전기의 변동비가 올라가고, 이는 곧 SMP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LNG 가격 = SMP의 체온계" 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태양광·풍력의 변동비는 0원 — 재생에너지의 특수성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는 연료비가 없습니다. 즉 변동비가 이론상 0원/kWh입니다. Merit Order에서 항상 맨 앞줄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우선급전(Priority Dispatch) 원칙에 따라 항상 먼저 가동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변동비가 0원인 재생에너지도 시장에서 SMP를 그대로 정산받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비용(0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는 셈입니다. 다만 이 SMP만으로는 설치 비용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REC라는 별도 수익이 보전되는 구조입니다. 태양광이 급격히 늘어나면 Merit Order 앞줄이 빼곡해져 석탄·LNG 발전기가 뒤로 밀리고, 전체 SMP가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주제는 13~14회에서 집중 분석합니다.
SMP는 왜 투자자에게 중요할까?
SMP는 발전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된다.
특히 태양광, 풍력, ESS 사업자는 SMP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판매할 때 REC 수익과 SMP 수익을 함께 받는다.
SMP가 80원일 때와 180원일 때의 수익 차이는 매우 크다.
따라서 발전사업자는 단순히 발전량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LNG 가격, 계절별 수요 변화, 정부 에너지 정책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전력시장에서는 "LNG 가격을 보면 미래 SMP가 보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SMP 계산 예시
실제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어느 여름 오후 전력수요가 급증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 원자력 발전기 변동비 : 45원/kWh
- 석탄 발전기 변동비 : 75원/kWh
- LNG 복합발전기 변동비 : 165원/kWh
전력수요가 높지 않다면 원전과 석탄만으로 충분하다.
이 경우 SMP는 약 75원/kWh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해 LNG 발전기까지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마지막으로 투입된 LNG 발전기의 변동비인 165원/kWh가 SMP가 된다.
결국 원전도 165원을 받고, 석탄도 165원을 받고, LNG도 165원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전력시장의 한계가격(Marginal Pricing) 원리다.
변동비 기반 정산의 한계 — 용량요금(CP)의 등장 배경
변동비 기반 정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 비용(고정비)이 SMP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LNG 발전소를 짓는 데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데, SMP에는 연료비만 포함됩니다. SMP가 낮은 시기가 길어지면 발전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전기를 팔아도 건설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발전소 투자가 줄어 전력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용량요금(Capacity Payment, CP)**입니다. KPX는 가동 여부와 무관하게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에게 별도의 고정비 보상을 지급합니다. 현재 용량요금은 약 7~8원/kWh 수준이며, SMP와 합산해 발전사의 총 수익이 결정됩니다. 즉, 발전사의 실제 수익 = SMP + CP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SMP는 매시간 달라지나요?
그렇습니다. SMP는 시간대별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매시간 산정됩니다.
Q2. SMP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전력거래소(KPX)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별 SMP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3. LNG 가격이 오르면 반드시 SMP도 오르나요?
대체로 그렇습니다. 한국 전력시장에서 LNG 발전기가 한계발전기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4. SMP가 오르면 태양광 발전 수익도 증가하나요?
일반적으로 증가합니다. 태양광 사업자는 SMP와 REC를 함께 수취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회 예고
4회에서는 "육지 SMP vs 제주 SMP — 왜 다를까?" 를 다룹니다. 우리나라에는 육지 계통과 제주 계통이 분리되어 있어 SMP가 따로 결정됩니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SMP가 육지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이는데, 이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적 이유와 투자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SMP
계통한계가격
전력시장가격
전력거래소
KPX
경제급전
한계발전기
LNG발전
전력시장
📌 이 시리즈는 에너지 시장 분석 전문가가 작성한 전력시장 입문 연재입니다. 구독과 댓글, 공유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