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도매시장 입찰전략
— 발전사는 어떻게 가격을 써내는가 —
— 발전사가 "가격"이 아니라 "용량"만 입찰하는 이유 · 비용평가위원회가 매달 정하는 변동비 산정 구조 ·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 · CBP에서 PBP로 가는 전력시장 개편 로드맵 · 해외 시장에서 일어난 가격조작 사건들 —
CBP 변동비반영시장 · 발전입찰 · 비용평가위원회 · 경제급전 · 시장지배력남용 · PBP 가격입찰제 · 양방향입찰 TWBP · 부가정산금 Uplift

✅ 한국 전력 도매시장은 2001년 구조개편 이후 지금까지 CBP(Cost Based Pool, 변동비반영시장)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발전사가 "이 가격에 팔겠다"는 가격을 직접 써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전사는 오직 발전 가능한 용량만 입찰하고, 가격은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위원회가 매달 정해주는 변동비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 이 방식은 2001년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쪼갤 당시, 발전사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 부르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로 설계됐습니다. 원래는 2~3년 후 발전사가 직접 가격을 제시하는 양방향경쟁입찰(TWBP)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배전 분할이 무산되면서 CBP 체제가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CBP만으로는 시장 신호를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문제가 불거졌고, 산업통상자원부는 PBP(Price Based Pool, 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회는 입찰의 실제 구조,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 그리고 PBP 전환이 가져올 변화를 모두 다룹니다.
주식시장이나 일반 상품시장의 입찰을 떠올려보면, 판매자는 보통 "이 가격에 팔겠다"는 희망 가격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한국 전력시장의 발전사들은 정작 가격을 쓰지 않습니다. 매일 전력거래소에 제출하는 입찰서에는 "내일 몇 시에 몇 MW를 발전할 수 있다"는 용량 정보만 담깁니다. 가격이 빠진 입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답은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위원회에 있습니다. 이 위원회가 매달 발전기 한 대 한 대의 연료비·운전유지비 등 변동비를 검토해 가격을 미리 정해놓습니다. 발전사는 "내일 이만큼 발전 가능합니다"라고만 알리면, 가격은 이미 정해진 변동비가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이것이 한국 전력시장이 24년 넘게 운영해온 CBP(변동비반영시장)의 핵심입니다.
한국 전력산업은 2001년 4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전력으로부터 6개의 발전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를 분리하면서 지금의 전력도매시장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계획은 3단계였습니다. 1단계는 발전 부문 경쟁 도입, 2단계는 배전 부문 분할, 3단계는 배전망까지 개방해 소비자가 발전회사를 직접 선택하는 완전 자유화였습니다.
발전 자회사들을 분리한 직후, 이들이 곧바로 가격을 마음대로 제시하게 두면 위험했습니다. 분할 직후의 발전사들은 시장 경험이 전혀 없었고, 동시에 일부는 여전히 거대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상태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유 가격 입찰을 허용하면 가격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과도기적으로 CBP를 도입했습니다. 발전사가 가격을 직접 정하지 못하게 하고, 객관적인 비용 평가에 기반한 가격만 적용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CBP는 2~3년의 과도기를 거친 후, 2006년 도매시장 개방(배전 분할)과 함께 발전사가 직접 가격을 제시하는 양방향경쟁입찰(TWBP, Two Way Bidding Pool)로 전환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배전 분할 계획이 노동조합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면서, 발전 부문만 경쟁 체제가 도입된 채 송전·배전·판매는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현재의 불완전한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그 결과 과도기로 설계됐던 CBP가 20년 넘게 한국 전력 도매시장의 기본 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CBP 구조 자체가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가장 강력한 장치입니다. 발전사가 가격을 직접 쓰지 못하므로, "내 발전기 가동을 일부러 줄여서 가격을 띄우겠다"는 전략적 행동의 여지가 원천적으로 줄어듭니다. 비용평가위원회가 객관적 기준(실제 연료비·운전유지비)으로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에, 발전사가 허위로 비용을 부풀려 신고하지 않는 이상 인위적인 가격 조작이 어렵습니다.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각종 입찰시장(중앙계약시장, ESS 입찰시장 등) 공고에는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됩니다. 대표적으로 ① 금품·향응·취업 제공이나 알선 등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② 입찰가격의 사전 협의나 특정인 선정을 위한 담합 등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계약 취소·해지 등의 제재가 가해집니다.
경쟁적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해외 국가들은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가격 입찰을 허용하는 만큼, 시장지배력 남용 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했습니다. 2000~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위기 당시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은 9가지에 달하는 정교한 '게이밍(gaming)' 전략을 구사해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상의 부하를 부풀려 신고하는 'Fat Boy' 전략, 송전 혼잡을 역이용한 'Death Star' 전략 등이 대표적입니다. 2001년 호주 전력시장(NEM)에서는 발전사 Macquarie가 시장규칙을 위반한 사건이, 미국 PJM 용량시장에서는 PPL 전력회사의 가격조작 행위가 적발된 바 있습니다.

CBP는 발전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가격이 변동비로 고정되다 보니, 계통이 정말 필요로 하는 유연성(빠른 출력 조절, 피크 대응 능력)에 대한 보상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이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태양광·풍력처럼 변동성이 큰 전원이 늘어날수록, 빠르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자원(ESS·LNG 첨두부하기 등)에 대한 정확한 가격 신호가 중요해지는데, CBP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전력시장을 PBP(Price Based Pool, 가격입찰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태양광·연료전지·해상풍력 같은 분산에너지가 대거 도입되는 상황에서, 기존 중앙집중식 CBP만으로는 전력 수급을 정교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추진 일정에 따르면, 1단계로 제주에서 실시간·예비력 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를 우선 도입하고, 하반기에 LNG 용량시장을 개설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이미 시행 중이며, 송전제약지역 PPA 신설과 재생에너지 PPA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됩니다. 이후 단계에서는 전국으로 재생에너지의 예비력 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차세대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연계한 실시간·예비력 시장, 전원 통합 용량시장 개설을 추진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CON(제약발전전력량 정산금): 계통제약·수요오차로 추가 발전한 부분 보상
COFF(제약비발전전력량 정산금): 발전 배분됐으나 제약으로 발전 못한 부분 보상
CP(용량요금): 실제 발전 여부와 무관하게 신고된 공급가능용량 기준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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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 전력시장은 24년 넘게 CBP(변동비반영시장)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전사는 가격이 아닌 용량만 입찰하고, 가격은 비용평가위원회가 매달 정한 변동비가 자동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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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BP는 2001년 발전사 분할 직후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로 설계됐습니다. 원래 계획된 양방향경쟁입찰(TWBP)로의 전환은 배전 분할 무산과 함께 좌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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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해외 시장(미국 캘리포니아·PJM, 호주 NEM)의 가격조작 사례는 자유 가격입찰의 위험을 보여줍니다. 한국이 CBP를 오래 유지해온 배경에는 이런 위험에 대한 경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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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재생에너지 확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PBP(가격입찰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습니다. 제주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단계적 전환이 추진되며, 시장 감시 체계 강화가 병행 과제입니다.
📌 전력시장 참여자 입장에서의 시사점
발전사업자: PBP 전환은 비용 효율화 압박과 동시에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합니다. 변동비 산정 중심의 현행 체계에서는 효율적 운영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PBP에서는 빠른 출력 조절 능력·유연성 같은 새로운 가치가 가격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ESS·첨두부하 대응 설비 투자를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진입 사업자(VPP·분산에너지): PBP·실시간시장·예비력시장 도입은 제20회에서 다룬 VPP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입니다. 가격 신호가 정교해질수록 ESS·DR 자원의 가치가 시장에 정확히 반영되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주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당국: PBP 전환의 성패는 시장 감시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자유 가격입찰은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지배력 남용 위험도 키웁니다. 입찰가격 상한제, 실시간 이상거래 탐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력 체계를 PBP 도입과 동시에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 이번 회 핵심 용어 정리
| 용어 | 정의 |
|---|---|
| CBP (Cost Based Pool) | 변동비반영시장. 발전사가 가격이 아닌 용량만 입찰하고, 비용평가위원회가 정한 변동비가 가격으로 적용되는 한국의 현행 도매시장 방식. |
| 비용평가위원회 | 전력거래소 산하 위원회. 매달 발전기별 연료비·운전유지비 등을 심사해 변동비(입찰가격)를 사전 확정. |
| TWBP (Two Way Bidding Pool) | 양방향경쟁입찰. 발전사가 직접 가격을 제시하는 시장 모델. 2006년 배전분할과 함께 도입 예정이었으나 무산. |
| PBP (Price Based Pool) | 가격입찰제. 분산에너지 시대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시장 모델. 제주에서 단계적 시범 도입 중. |
| 경제급전 (Merit Order) | 변동비가 낮은 발전기부터 순서대로 가동하는 원칙.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 SMP가 됨. |
▶ 전기저널 "전력시장제도 변해야 한다" — 전력산업 구조개편 및 CBP·TWBP 연혁
▶ 데일리한국 "산업부 '다양한 전원, 가격입찰제시장(PBP)서 거래할 것'" (2024)
▶ 국가정책연구포털(NKIS)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 및 경쟁 정책의 방향" — 해외 시장지배력 남용 사례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 및 경쟁 정책의 방향"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개인 간 전력거래를 위한 전력시장 관련 법 및 제도 현황"
▶ 자유기업원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민간 전력시장 활성화법" — 발전사 시장점유율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