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하면 흔히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어 파는 시장만 떠올리기 쉽지만, 그 뒤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또 하나의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계통의 안정을 지키는 보조서비스 시장(Ancillary Service Market)입니다. 오늘은 이 시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보조서비스 시장이란 무엇인가
전력계통은 발전량과 수요량이 매 순간 정확히 일치해야 주파수와 전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예측 오차, 발전기 고장,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 등으로 이 균형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보조서비스 시장은 이런 순간적인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주파수 조정, 예비력 확보, 전압 관리 등의 서비스를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SMP가 전력 그 자체의 가격이라면, 보조서비스는 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부가 서비스의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 보조서비스의 종류
- 주파수 조정 예비력(FCAS): 계통 주파수가 60Hz에서 벗어나면 즉시 출력을 조정해 되돌리는 서비스입니다.
- 대기예비력(Spinning Reserve): 발전기가 가동 중인 상태로 대기하다가 수 분 내 추가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예비력입니다.
- 무효전력 보상: 전압을 적정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 무효전력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서비스입니다.
- 흑기동(Black Start):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을 때 외부 전원 없이 스스로 재기동해 계통을 복구하는 능력입니다.

왜 별도의 시장이 필요한가
보조서비스는 에너지 그 자체와 성격이 다릅니다. 발전기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도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이 능력에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발전사들은 예비력을 확보할 유인이 사라지고, 결국 계통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에너지 시장과 별도로 보조서비스 시장을 운영하며 이 능력 자체에 가격을 매깁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바꾸는 보조서비스 수요
태양광과 풍력처럼 출력이 들쭉날쭉한 전원이 늘어날수록 계통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보조서비스 수요는 오히려 커집니다. 전통적인 화력발전기가 줄어들면서 회전관성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ESS나 배터리 기반 주파수 조정 자원이 대신 메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호주와 영국은 이미 배터리 기반 보조서비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정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과제
한국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보조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보상 체계를 정교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단순히 예비력을 물리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그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적절히 평가하는 제도 설계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러한 보조서비스와도 맞닿아 있는 전력시장과 탄소시장의 연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