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제한(커테일링)의 실체
— 왜 전기를 만들어 놓고 버리는가 —
— 기술적 출력제한 vs 경제적 출력제한의 차이 · 연간 수천 GWh가 버려지는 구조 · 발전 사업자의 실제 손실 계산 · 4가지 해법(ESS·DR·HVDC·P2H)의 경제성 비교 · 영국 Constraint Payment vs 한국의 현실 —
출력제한 · 커테일링(Curtailment) · 재생에너지 과잉 · 기술적 출력제한 · 경제적 출력제한 · ESS 흡수 · P2H 수전해 · Constraint Payment · REC 손실
✅ 출력제한(Curtailment)은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발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계통의 수용 한계나 경제적 이유로 강제로 출력을 줄이는 것입니다. 크게 기술적 출력제한(계통 용량 초과)과 경제적 출력제한(SMP가 발전 한계비용보다 낮음)으로 나뉩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수록 두 유형 모두 빈도와 규모가 커집니다.
✅ 출력제한은 발전 사업자의 수익(전력 판매+REC)을 동시에 빼앗습니다. 연료비가 0원인 재생에너지를 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이미 투자한 설비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제주에서 2022년 약 413GWh가 버려진 데 이어 본토에서도 출력제한 규모가 증가 추세이며, 보상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사업자 피해가 직접 투자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 해법은 4가지입니다. ① ESS — 잉여 전력 저장 후 피크에 방전. ② DR(수요반응) — 낮 시간대 소비 증가 유도. ③ HVDC·광역계통 — 다른 지역으로 수출. ④ P2H/P2G — 잉여 전기로 수소·가스 생산. 단기는 ESS·DR, 중기는 HVDC 확충, 장기는 P2H가 핵심 경로입니다.
태양이 쨍쨍하고 바람이 좋은 날, 발전소 운전원은 발전기를 끄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화력발전소라면 말이 되겠지만, 연료비가 0원인 태양광·풍력 발전기에 "그만 발전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 발전 사업자의 기분을 상상해보세요. 이것이 출력제한의 현실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전력 계통은 발전량과 소비량을 항상 정확히 일치시켜야 합니다(제9회 참고). 재생에너지가 너무 많이 발전해 계통이 소화할 수 없으면 어딘가에서 발전을 줄여야 합니다. 화력발전기는 끄는 데 시간이 걸리고 완전히 끄면 다시 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가장 빨리 멈출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먼저 출력제한을 받습니다.
기술적 출력제한(Technical Curtailment)은 전력 계통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발생합니다. 제15회에서 다룬 제주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역 소비량 + 송전 가능량을 초과하면, 전압·주파수 안정을 위해 물리적으로 출력을 줄여야 합니다. 송전선 용량 초과, 변압기 용량 초과, 주파수 과상승 방지 등이 기술적 출력제한의 주요 원인입니다.
본토에서도 기술적 출력제한이 발생합니다. 전남·전북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에서 낮 시간대 발전량이 지역 소비를 크게 초과하는데, 해당 지역의 송전선 용량이 부족해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계통 혼잡(Congestion)이라 합니다.
경제적 출력제한(Economic Curtailment)은 SMP가 발전 한계비용보다 낮아 발전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 자발적으로 출력을 줄이는 것입니다. 태양광·풍력의 연료비는 0원이지만, 계통 연계비용·O&M 비용·감가상각비 등 한계비용이 존재합니다. SMP가 이보다 낮으면 발전할수록 적자가 납니다.
재생에너지가 많이 깔린 낮 시간대 SMP가 10~30원/kWh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이미 자주 발생합니다. 이 구간에서 발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출력을 줄이거나, RPS 의무 이행 완료 후 추가 발전을 하지 않는 경우가 경제적 출력제한에 해당합니다.

출력제한을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두 가지 수익을 동시에 잃습니다. 첫째는 전력 판매 수익입니다. 발전하지 않으니 SMP 기반 전력 판매 대금이 없습니다. 둘째는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발급입니다. 출력제한 시간에는 발전 실적이 없으므로 REC도 발급되지 않습니다. REC는 많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SMP 수익만큼이나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1GWh(1,000MWh) 출력제한 시 손실 = (100 + 40)원 × 1,000,000kWh = 약 1.4억원
제주 2022년 413GWh 출력제한 적용 시 추정 손실 규모 = 약 578억원
(단, 실제 REC 단가·SMP는 시기별로 큰 차이 있음)
태양광·풍력 발전소는 초기 건설비가 크고 운영 기간이 20~30년입니다. 출력제한이 많을수록 설비이용률(Capacity Factor)이 떨어지고,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집니다. 이미 사회가 비용을 들여 건설한 발전 설비를 100%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재생에너지 투자의 경제성을 직접 해칩니다.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출력제한이 버리는 전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된 '청정 전기'입니다. 이것이 버려지면서 그 시간대 수요를 화력발전으로 대신 충당해야 한다면, 탄소 감축 효과도 예상보다 줄어듭니다.
| 비용 유형 | 부담 주체 | 내용 |
|---|---|---|
| 전력 판매 수익 손실 | 발전 사업자 | 출력제한 시간 × SMP 기반 정산 미발생 |
| REC 수익 손실 | 발전 사업자 | 출력제한 시간 발전 실적 미인정 → REC 미발급 |
| 설비 투자 효율 저하 | 발전 사업자 / 금융기관 | 설비이용률 하락 → 투자 회수 기간 연장 |
|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 | 전력시장 전체 | 예측 불가능 출력제한 → 신규 투자 기피 |
| 대체 발전 추가 비용 | 한전 / 소비자 | 버린 전기 대신 화력 발전 → 연료비 추가 |

가장 직접적인 해법입니다. 낮 시간대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저녁 피크에 방전하면 출력제한을 줄이고 SMP 차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11회에서 다룬 ESS FR(주파수조정) 서비스와 결합하면 수익원이 더욱 다각화됩니다. 단기 도입이 가능하고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배터리 설치 비용(LFP 기준 kWh당 약 30~50만원 추정, 시장 가격 변동)이 높아 대용량에는 경제성 검토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과잉 구간(낮 12~16시)에 수요를 늘려 잉여를 흡수하는 방법입니다. TOU 요금제로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거나, 대규모 수요자(공장·데이터센터)에게 특정 시간대 전기 사용 증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입니다. 제14회에서 다룬 전기차 낮 시간대 충전 유도도 넓은 의미에서 DR에 해당합니다. 설치 비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행동 변화가 수반돼야 하므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전남의 잉여 태양광을 서울·경기 수요에 공급하거나, 제주의 잉여를 본토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HVDC 3호선 완공(제15회 참고)이 대표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일본 해저 케이블 연계나 동아시아 슈퍼 그리드 논의도 이 방향의 연장선입니다. 그러나 건설 비용과 기간이 크고, 국가 간 연계는 에너지 안보·외교 이슈가 얽혀 복잡합니다.
P2H(Power to Hydrogen)는 잉여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생산된 수소는 저장·운반해 수소차 연료, 발전 연료, 산업 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출력제한 전기를 버리는 대신 연료로 전환한다는 개념이어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단, 현재 전기분해 효율(55~70% 수준)과 수소 저장·운반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블루·그린 수소 생산 비용이 하락하면 대규모 출력제한 흡수 수단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은 Constraint Payment(제약 지급금) 제도를 운영합니다. 계통 혼잡(Congestion)으로 인해 발전기가 출력제한 지시를 받으면, 그 발전기가 전력을 팔았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가격에 준하는 보상을 지급합니다. 발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출력제한을 받아도 수익이 일정 부분 보전되므로, 재생에너지 투자 유인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영국의 Constraint Payment는 비용이 매우 큽니다. 2022~2023년 영국 계통 혼잡 비용은 연간 수십억 파운드(수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용은 전기요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보상 제도가 발전 투자 유인을 살리는 대신, 소비자 비용이 늘어나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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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출력제한은 기술적(계통 용량 초과)과 경제적(SMP < 한계비용) 두 종류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두 유형 모두 빈도와 규모가 늘어납니다. 제주는 이미 2022년 기준 연간 413GWh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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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발전 사업자는 전력 판매 수익과 REC를 동시에 잃습니다. 보상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이 손실은 고스란히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영국의 Constraint Payment 방식이 참고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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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가지 해법(ESS·DR·HVDC·P2H)은 적용 시기와 비용이 다릅니다. 단기는 ESS+DR, 중기는 HVDC 확충, 장기는 P2H가 핵심 경로입니다. 한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며 조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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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출력제한 해소 없이 재생에너지 100%는 불가능합니다. 발전 설비와 계통 유연성 자원(ESS·DR·HVDC)의 균형 잡힌 확대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조건입니다.
📌 전력시장 참여자 입장에서의 시사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입지 선정 단계에서 해당 지역의 계통 혼잡 이력과 출력제한 발생 가능성을 반드시 사전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전남·전북·제주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출력제한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ESS와 결합해 출력제한 전기를 자가 저장하는 구조로 설계하면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ESS·P2H 사업자: 출력제한이 잦은 지역 인근에 ESS·수전해 설비를 설치하면 출력제한 전기를 저렴하거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ESS·P2H 사업의 원료비를 크게 낮추는 기회가 됩니다. 출력제한 지역 → ESS/P2H 설치의 사업 모델이 향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당국: 출력제한 보상 제도 도입과 본토 출력제한 통계 공개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보상 없는 출력제한이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을 야기하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집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와 ESS·HVDC·DR 등 유연성 자원 확대 속도를 함께 관리하는 '통합 계획' 체계가 필요합니다.
📖 이번 회 핵심 용어 정리
| 용어 | 정의 |
|---|---|
| 출력제한 (Curtailment) |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발전 가능하나 계통 수용 한계 또는 경제적 이유로 출력을 강제·자발적으로 줄이는 것. |
| 계통 혼잡 (Congestion) | 특정 구간 송전선 용량이 부족해 전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흘릴 수 없는 상태. 기술적 출력제한의 주요 원인. |
| Constraint Payment | 영국의 출력제한 보상 제도. 계통 혼잡으로 출력제한된 발전기에 기회비용을 보상. 한국에는 유사 제도 미도입. |
| 설비이용률 (Capacity Factor) | 발전기가 실제 발전한 양 ÷ 최대 가능 발전량. 출력제한이 많을수록 설비이용률이 낮아져 투자 회수가 지연됨. |
| P2H (Power to Hydrogen) | 잉여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출력제한 전기를 연료로 전환해 저장·활용. |
▶ 에너지경제연구원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현황 및 대응 방안" (2023~2024)
▶ 한국전력공사·KPX 전력거래소 — 계통 혼잡 및 출력제한 관련 운영 자료
▶ National Grid ESO (영국) — Constraint Payments 제도 설명 자료
▶ 전기신문·에너지경제신문 — 국내 출력제한 관련 보도 (2022~2024)
▶ 한국에너지공단 —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