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짜리 원전, 최종투자결정까지 돈은 누가 대는가
지난 회차에서는 글로벌 SMR 시장이 2035년 400조~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건설·삼성물산이 해외 SMR 개발사와 손잡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인허가·실증 속도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SMR이든 대형 원전이든 실제 착공에 들어가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수조~수십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실제로 조달하는 최종투자결정(FID)입니다.
오늘은 해외 원전 프로젝트들이 이 FID 문턱을 어떻게 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체코, 정부가 위험을 나눠 지는 이유
원전은 건설 기간이 10년 안팎으로 길고 초기 투자비가 워낙 커서, 민간 자본만으로는 대주단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외 대형 원전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정부가 정치적·규제적 위험을 함께 떠안는 방식으로 파이낸싱을 성사시켜 왔습니다. 영국의 힝클리포인트C(HPC) 프로젝트에서는 영국 정부가 장관급 투자자 협약(Secretary of State Investor Agreement, SSIA)을 제공해 투자자들의 정책 리스크를 낮췄고,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5호기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향후 법령이 바뀌더라도 그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위험 완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결국 원전 파이낸싱의 핵심은 '누가 돈을 빌려주느냐'보다 '누가 정책 리스크를 떠안느냐'에 가깝습니다(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e-kna).
해외 원전 파이낸싱, 정부 위험분담 사례
영국 HPC
장관급 투자자 협약(SSIA)
체코 두코바니5
법령변경 위험 완화 조치
공통점
정부가 정책 리스크 분담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 개발단계를 고려한 파이낸싱 활성화 방안 연구」 재구성

한국의 답 — 원전 수출 정책펀드와 모펀드-자펀드 구조
루마니아에서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한 SMR 프로젝트가 기본설계(FEED)를 마치고 FID 승인을 앞두고 있고, 대형 원전인 체르나보다 3·4호기 건설 사업은 글로벌 EPC 기업 플루어(Fluor)가 주계약자를,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는 구조로 짜였습니다. 한국은 이런 대형 해외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 원전 수출 정책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을 함께 모으는 모펀드 아래 개별 프로젝트별 자펀드를 두는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 구조로, 수주 단계의 금융 지원과 실제 제작 단계의 금융 지원을 나눠 지원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습니다(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더구루).
| 프로젝트 | 단계 | 한국 기업 역할 |
| 루마니아 SMR(뉴스케일) | FEED 완료, FID 앞둠 | 기본설계 참여 |
| 체르나보다 3·4호기 | 건설 착수 단계 | 삼성물산 시공 |
| 한국의 지원책 | 정책펀드 조성 논의 | 수주·제작 금융 지원 |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더구루 재구성

마무리
원전 수출 경쟁은 기술력과 인허가 속도만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으로 대규모 사업비를 조달해주느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영국·체코처럼 정부가 정책 리스크를 나눠지는 모델이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도 정책펀드라는 카드로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남은 절차와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 개발단계를 고려한 파이낸싱 활성화 방안 연구」(기본연구 25-15)
· e-kna, 「[영국] 영국 Sizewell C 원전, 최종투자결정(FID) 지연 가능성」
· 더구루, 「커먼웰스LNG, '19조원' 규모 최종투자결정 확정…'K-조선' 수주 기대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