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GW에서 22.2GW로 — 석탄발전은 왜 사라지는 대신 '천천히' 사라지나
지난 회차에서는 LNG 저장시설이 국제 시세 급등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해주는지, 그리고 그 완충 능력이 SMP 변동성 자체를 좌우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SMP 결정구조에서 LNG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바로 석탄발전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 앞에서 가장 먼저 줄어들어야 할 발전원으로 지목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왜 하루아침에 문을 닫지 못하고 10년 넘게 걸쳐 '천천히' 줄어드는 걸까요.
오늘은 석탄발전이 감축 압력 속에서도 여전히 붙들고 있는 역할을 짚어보겠습니다.

39.2GW → 22.2GW, 15년에 걸친 '점진적 퇴장'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 따르면 국내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2023년 39.2GW에서 2038년 22.2GW까지 줄어들 예정입니다.
다만 이 감축은 균등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2024~2036년에는 노후 석탄발전소 28기(14.1GW)를 LNG로 연료 전환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고, 정작 설비 자체가 완전히 폐지·탈탄소 전환되는 것은 2037~2038년에 몰려 있는 12기(6.8GW)입니다.
즉 초반 10여 년은 '석탄을 태우던 발전기가 LNG를 태우는 발전기로 바뀌는' 연료 전환이 중심이고, 진짜 의미의 설비 퇴장은 계획 후반부에야 본격화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일정을 뒤로 미루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석탄발전이 여전히 국내 전력 공급에서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있어서, 대체 전원(원전·재생에너지·LNG)이 충분히 갖춰지기 전에 무리하게 밀어내면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석탄발전 감축 핵심 수치


그래도 여전히 '싼 발전기'라는 딜레마
석탄발전이 이렇게 오래 버티는 배경에는 SMP 결정구조의 역설이 있습니다.
발전 비용이 저렴한 원전·석탄 같은 발전기는 대부분 그날의 SMP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하기 때문에, 정작 SMP를 결정하는 '한계발전기' 자리는 지난 회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LNG가 60~70%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석탄발전은 SMP 그 자체를 끌어올리는 주범은 아니지만, 그만큼 저렴한 발전량을 늘 공급해 전체 평균 전력구입비를 낮춰주는 '숨은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발전기들이 계획보다 빨리 사라지면 그 공백을 결국 더 비싼 LNG가 메워야 하고, 이는 SMP 상승 압력으로 직결됩니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늦출 수도 없다 보니, 정부는 노후 발전기부터 순차적으로 LNG 전환·폐지하되 전체 물량은 재생에너지·원전 확충 속도에 맞춰 조절하는 절충안을 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척화력 1·2호기(2.1GW)처럼 이미 건설 중이던 신규 석탄발전기가 준공되는 사례도 있어, '감축'과 '증설'이 한 계획 안에 동시에 담기는 과도기적 모습도 나타납니다.
[실무자 코멘트]
석탄발전의 점진적 폐지 및 LNG 연료전환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적 당위성과 수급 안정 및 전기요금 부담 완화라는 현실적 제약 간의 고도화된 타협안입니다.
저렴한 기저전원인 석탄의 급격한 퇴출은 필연적으로 발전비용과 배출권 구매 부담이 큰 LNG 발전의 가동률 증가로 이어져 도매 전력 가격과 소비자 전기요금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한전이 보전해야 할 기후위기 대응 비용(RPS·ETS)이 2027년 6.6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재무적 상황을 고려할 때, 무작정 설비를 폐쇄하기보다 탄소 비용을 전력단가에 합리적으로 내재화하는 환경급전 체계를 확립하여 시장 친화적인 연료전환을 점진적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삼척화력 등 일부 고효율 신규 설비를 과도기 완충재로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별 차등요금제(LMP)와 제1차 장기 배전계획에 따른 지능형 계통 인프라를 연계해 전국적인 수급 불균형과 계통 혼잡 비용을 입체적으로 상쇄하는 연착륙 시나리오의 정교한 실행이 실무적 핵심입니다
| 구분 | 2024~2036년 | 2037~2038년 |
| 감축 방식 | 노후 석탄→LNG 연료전환 중심 | 설비 폐지·탈탄소 전환 본격화 |
| 규모 | 28기, 14.1GW | 12기, 6.8GW |
| SMP 영향 | 저렴한 기저부하 축소 → 공백은 LNG가 메워 상승 압력 | |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구성

마무리
석탄발전이 15년에 걸쳐 '천천히' 줄어드는 이유는 결국 그 자리를 대체할 저렴한 전원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늘의 핵심이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석탄의 빈자리를 실제로 메워가고 있는 발전원, 태양광이 SMP와 계통 운영에 어떤 새로운 변수를 던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2025.2 확정)
·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KESIS),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내용」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보도자료
· 전력거래소(KPX), 「연료원별 SMP결정」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