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지역별 차등화, 변동성을 잠재울까 격차를 키울까 — 세 가지 시나리오
지난 회차에서는 태양광 확대가 만드는 덕커브와 출력제어 지역의 확산이 SMP의 하루 안 변동성, 그리고 지역 간 변동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의 해법 가운데 하나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SMP 지역별 차등화입니다.
오늘은 이 제도가 실제로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지, 아니면 지역 격차를 더 벌릴지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따져보겠습니다.

왜 지금 '지역별 가격'인가
우리나라 도매시장은 2001년 전력시장 개설 이후 육지 전체가 하나의 SMP를 쓰는 단일가격 체계로 운영돼 왔습니다.
발전소가 어디에 있든, 전기를 쓰는 곳이 어디든 같은 가격이 적용되다 보니 송전망 건설 비용과 지역별 전력 수급 사정이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2024년 5월 22일 제31차 에너지위원회에서 발전소 입지와 송전비용을 반영한 지역별 SMP 차등화를 2026년 추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초기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됐는데, 수도권의 전력자급률이 약 67%에 그친다는 점이 근거로 꼽힙니다(출처: 일렉트릭파워, 이투뉴스).

이후 소매 요금 쪽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시·도 단위의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고, 처음에는 산업용 전기에만 적용하며 권역 간 요금 차이가 kWh당 10~20원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출처: 에너지경제신문, 2026.4.27).
도매 SMP 차등화의 구체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래 내용은 알려진 방향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분석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지역별 차등화를 둘러싼 핵심 숫자


시나리오 세 가지: 완화, 격차 확대, 보완 설계
시나리오 1 — 완화형.
전력이 남는 지역의 SMP는 낮아지고 부족한 지역은 높아지면, 가격 신호가 발전소와 수요처의 입지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수요가 큰 산업단지는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할 유인이 생기고, 수도권 인근에는 분산전원과 ESS가 들어설 유인이 커집니다.
이렇게 수급 불균형 자체가 줄어들면 출력제어와 덕커브로 인한 변동성도 장기적으로 누그러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시나리오 2 — 격차 확대형.
문제는 태양광이 몰린 호남·영남 지역이 대체로 SMP가 낮아지는 쪽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정부 발표 때부터 비수도권 SMP가 내려가면 오히려 재생에너지 개발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됐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낮 시간 출력제어가 늘고 정산 단가까지 낮아진다면 발전사업자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되고, 지역 간 격차는 줄기보다 고착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3 — 보완 설계형.
차등화만 단독으로 도입하지 않고 ESS 확충, 계통 연계 비용 정산, 차액계약 같은 위험 완화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경우입니다.
정부가 원전에 정부승인차액계약, LNG에 차액계약(CfD)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가격 변동 위험을 일부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 경우 지역 가격 신호는 살리되, 발전사업자의 수익 변동폭은 완충할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 작동 방식 | 핵심 위험 |
| ① 완화형 | 가격 신호로 발전·수요 입지 재배치 |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림 |
| ② 격차 확대형 | 저가 지역에 재생에너지·출력제어 집중 |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 지역 불균형 고착 |
| ③ 보완 설계형 | 차등화 + ESS·차액계약 병행 | 제도가 복잡해지고 재정·정산 부담 증가 |
출처: 정부 에너지위원회 발표(2024.5.22) 및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구성(필자 분석)

[실무자 코멘트]
지역별 SMP 차등화(LMP)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송전망 혼잡 비용과 손실계수를 도매가격에 직접 내재화하여 전력 수급 재배치를 유도하는 불가피한 전력시장 개편입니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집적된 비수도권의 도매가 하락과 한낮 출력제어(Curtailment)가 중첩될 경우, 사업자의 재무적 기회비용 손실이 극대화되어 신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는 부작용(시나리오 2)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가격 신호를 살리되 정부승인차액계약(CfD)을 통한 사전 정산 수익 보존과 BESS 및 플러스DR 등 유연성 자원 연계를 동시 추진하는 보완 설계(시나리오 3)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실무적 관점에서 비수도권 발전사업자는 도매가 하락 및 정산 감가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지방 대용량 수요가 대상 직접 PPA를 확대하고, VPP 집합자원화 기반의 정밀 실시간 입찰 체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합니다.
마무리
지역별 SMP 차등화는 그 자체로 변동성을 줄이는 약이 될 수도, 격차를 키우는 독이 될 수도 있었고, 결과를 가르는 것은 보완 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였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미 노드별·구역별 가격을 운영 중인 해외 시장, 미국 PJM과 유럽 EPEX의 가격 결정 방식을 한국 SMP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일렉트릭파워, 「SMP·전기요금 지역별 차등화 추진」
· 이투뉴스, 「지역별로 도매전력가격 차등…원전은 차액계약 수익 보전」
· 에너지경제신문, 「[이슈] 6월 선거 끝나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본격화」(2026.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