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JM은 노드마다, EPEX는 구역마다 — 해외 전력시장은 가격을 어떻게 나눌까
지난 회차에서는 SMP 지역별 차등화가 변동성을 잠재울지 격차를 키울지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따져 봤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지역별로 나누는 일은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온 일입니다.
미국 PJM은 전력망의 지점마다 가격을 매기고, 유럽은 입찰구역마다 가격을 매깁니다.
오늘은 두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을 한국의 육지 단일 SMP와 나란히 놓고, 우리가 어느 쪽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은 왜 가격이 하나일까
한국의 도매시장은 발전사업자가 연료비 등 변동비를 기준으로 입찰하고, 육지 전체에 하나의 SMP를 적용하는 구조입니다(제주는 별도로 운영됩니다).
송전선이 얼마나 막혀 있든, 발전소가 어느 지역에 있든 같은 시간에는 같은 가격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송전 혼잡의 비용은 SMP에 직접 나타나지 않고, 제약발전 정산 같은 별도 장치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점이 해외 시장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PJM과 EPEX는 가격을 이렇게 나눕니다
미국 PJM — 노드별 가격(LMP). PJM을 포함한 미국의 노드형 시장은 전력망의 각 지점(노드)마다 지역별 한계가격(LMP)을 매깁니다. LMP는 세 가지를 더한 값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발전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성분, 둘째는 송전선이 한계에 가까울 때 붙는 혼잡 성분, 셋째는 송전 중 손실을 반영한 손실 성분입니다. 혼잡이 심하면 가격은 극적으로 벌어집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8월 30일 새벽 5시 10분 PJM의 한 115kV 노드에서 LMP는 1,237달러까지 올랐고, 그중 1,222달러가 혼잡 성분이었습니다.

PJM 노드 가격 사례(2024.8.30 오전 5:10)

유럽 EPEX — 입찰구역별 가격
유럽의 하루 전 시장은 나라 또는 구역 단위의 입찰구역마다 하나의 가격을 정합니다.
구역 안에서는 송전 제약이 없는 것처럼 보고 같은 가격을 쓰고, 구역 사이에서는 한정된 국경 간 송전용량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하나의 공통 알고리즘으로 묶는 것이 SDAC라는 하루 전 시장 결합이며, 2025년 9월 30일에는 거래 단위가 15분으로 바뀌어 10월 1일 인도분부터 적용됐습니다.
노드형보다 가격 단위가 훨씬 크고 단순합니다.
| 구분 | 가격 단위 | 송전 혼잡의 반영 |
| 한국(육지) | 전국 1개 SMP | 가격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별도 정산으로 처리 |
| 미국 PJM | 노드별 LMP | 가격에 혼잡·손실 성분으로 직접 반영 |
| 유럽 EPEX(SDAC) | 입찰구역별 1개 가격 | 구역 사이 송전용량 배분으로 반영 |
출처: Yes Energy; EPEX SPOT 보도자료(SDAC 15분 MTU, 2025.9.30); 정부 에너지위원회 발표(2024.5.22) 및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필자 정리
한국은 어느 쪽에 가까워질까

세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한국은 가장 단순한 쪽, PJM은 가장 세밀한 쪽, 유럽은 그 중간에 놓입니다.
정부가 거론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구역 방안은 노드형보다는 유럽식 구역제에 가깝습니다.
구역이 적을수록 제도는 단순하지만 구역 안의 혼잡은 가격에 드러나지 않고, 구역이 많을수록 신호는 정교하지만 정산과 제도 설계가 복잡해집니다.
이는 필자의 해석이며, 도매 SMP 차등화의 구체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시간 단위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유럽의 하루 전 시장은 2025년 10월 1일 인도분부터 15분 단위로 가격을 정하는데, 한국의 SMP는 시간 단위로 산정됩니다.
태양광이 몰리는 낮에는 한 시간 안에서도 수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가격 신호의 시간 해상도와 공간 해상도는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지난 회차에서 본 덕커브와 출력제어 문제도 결국 가격이 이 변화를 얼마나 촘촘하게 비추는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무자 코멘트]
미국 PJM의 노드형(LMP)과 유럽 EPEX의 구역형(Zonal) 모델 비교는, 단일 SMP 체제에서 사후 제약정산금(Uplift)으로 송전 혼잡을 봉합해 온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적 개편 방향을 명확히 시사합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수도권·비수도권 '2개 구역제'는 시장 충격을 줄이고 제도를 단순화할 수 있는 현실적 과도기 대안이나, 호남·영동 등 국부적 계통 포화에 따른 '구역 내 혼잡(Intra-zonal Congestion)'을 도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공간적 가격 분리뿐만 아니라 15분/5분 단위 실시간 시장(RTM)과의 시공간적 결합을 통해 송전 제약 비용을 도매가에 얼마나 정밀하게 내재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발전사와 대형 수요기업은 향후 구역 간 가격 스프레드와 송전 손실계수 차등에 따른 정산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지역 가격 신호를 수식에 연동한 직접 PPA 및 차액계약(CfD)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재구축해야 합니다.
마무리
해외 시장을 보면 가격을 나누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라 노드, 구역, 단일가격이라는 스펙트럼이었습니다.
한국이 어디쯤 서야 하는지는 혼잡의 크기와 제도 복잡성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SMP의 핵심 개념을 한 장의 지도로 정리하는 중간 정리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Yes Energy, 「What is a Locational Marginal Price」
· EPEX SPOT, 「Successful implementation of 15-minute MTU in SDAC」(2025.9.30 시행)
· 이투뉴스·일렉트릭파워 등 SMP 지역별 차등화 관련 보도(앞선 40회 인용)
· 본 글의 해외 제도 설명은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한 개요이며, 세부 정산 규칙은 시장별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